오늘은 우리 부부가 결혼식을 올린지 16년이 되는 날입니다
몸살이 난 남편을 집에 두고 학회 참석하러 가는 버스에서 남편이 선물해 준 빨간 지갑을 만지작 거리다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 내가 어떤 사랑을 남편에게서 받고 있는가에 대해서입니다
저는 남편의 저에 대한 마음을 맨날 의심했더랬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주지 않는다고 늘 투덜댔습니다
어쩌면 남편을 믿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투덜대더라도
남편은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아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늘 남편에게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받고 싶은 거는 그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장대님이 영원님을 지극하게 사랑하시는 것 같아, 그게 너무 부러웠습니다
지극한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 질투도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화도 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버스안에서는 지극한 사랑을 받는 영원님이 장대님을 어떻게 대하시는지가 떠올랐습니다
아, 다른 것은 바로 그거였구나 !!!!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랐던 것입니다
저는 남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해서만 알아달라고, 내 마음을 받아주고 헤아려 달라고만 했지
진작에 남편은 어떤 마음을 주고 있는지는 볼려고도 하지 않았다는걸
오늘 아침에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내 마음만 소중했지, 다른 사람의 마음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입니다
요구만 했지,
그런 나를 바라보면서 16년동안 남편은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웠을까요
아무리 말하고 표현해도 도대체 알아듣지도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주는 아내를 바라보면서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이제서야 남편이 얼마나 나를 아껴주는지, 얼마나 한결 같은 마음을 보내고 있었는지
얼마나 변함없는 마음으로 버텨주는지 알겠습니다
철없고 자기만 아는 철딱서니 없는 아내라는 것이 가슴이 에이도록 느껴집니다
나의 남편에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16년을 기다려주어서 넘 고맙다고,
19년의 한결같은 사랑을 오늘 한꺼번에 받게 되어 너무 벅차고 행복하다고
그동안 눈 먼 아내 곁에 항상 함께 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입니다
오늘 아침에야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눈이 멀어 보지 못했던
16년동안 남편이 내게 보여준 사랑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저의 기억속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도 말입니다
모든 것들을 다 찾아내려면 아주 한참이나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음미해 보려면 아주 바쁠 것 같습니다
저에게 눈을 뜰 수 있도록 해 주신 영원님과 장대님에게 넘 감사드립니다
나의 영원한 짝지에게 감사함과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런 사랑 받아서 난 세상에서 가장 감사하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고백합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나오면, 난 또 힘들어지는데....^.^
16년전 그무렵 생각했던것은,
"평생을 친구처럼 살아가야겠다, 누구하나는 앞에서 끌고 또한사람은 뒤에서 따라만 가는것이 아니라 평생을 옆에서서 함께 가야지" 그리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처럼 관계속에서의 존재가 아니라 '이정령'이 자체로 살아가도록 하겠다" 였습니다.
그래서, 남들앞에서도 일부러 다른호칭보다는 이름을 부르려고 했고, 다른분들도 이사람이 누구 아내가 아니라 '이정령'이라는 사람으로 알아주길 바랬습니다.
때론 힘든시간(?)도 있었지만, 그렇게 16년이 흘렀습니다.
내가 준게 무엇인지 잘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고
지금현재 함께 겪고있는 변화의 과정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함 지켜보자고 얘기하고싶습니다.
표현하기에 익숙하지 않음을 이해해주어 더욱 고맙습니다.
함 나아가 봅시다. 또 16년이 흐른뒤에는 어떤 생각, 어떤 모습일지 궁금함을 남겨두고.....
(이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하해와 같은 이해를 구합니다. 꾸벅!)